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저소득 저신용 계층은 어떻게 대출을 받을까. 정부 통계는 소득이나 신용등급별로 구분되지 않아 정부 통계를 갖고 이들이 어떤 금융회사를 주로 이용하는지,한번 돈을 빌릴 때 얼마를 대출받는지 등의 대출 이용 패턴을 분석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신불자 등록제도 폐지를 앞두고 민간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정보(한신정)가 공개한 '신용등급현황'을 살펴보면 이들의 힘겨운 삶을 간접적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한신정이 은행 비은행권 등 166개 금융기관 이용 고객 3239만여명을 신용등급에 따라 10개 그룹으로 나눈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의' 등급인 7∼8등급과 '위험' 등급인 9∼10등급은 각각 316만명(9.75%)과 375만명(11.58%)에 달했다. 한신정은 이 가운데 8∼10등급,즉 528만명(16.3%)이 사실상 시중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신용 취약 계층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경제활동 참가인구(2379만여명) 4명당 1명꼴로 금리가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시중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8∼10등급의 평균 대출건수는 1.91건,평균 대출금액은 2930만원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는데,이는 1∼3등급 평균 대출건수(1.36건)와 금액(4910만원)에 견줘 대출건수는 많고 금액은 적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금융회사에 손을 벌리면서도 대출 한도는 극히 제한되는 '금융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하위인 10등급의 경우 총 대출액 중 24.74%만을 시중은행에서 빌리고 있으며,이는 1등급 고객(96.37%)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10등급은 나머지 대출을 △신용카드 25.10% △캐피털 17.69% △저축은행 15.19% △보험 5.76% 등에서 이용하고 있어 시중은행에 견줘 상대적 고금리 대출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