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 SK텔레콤 CI본부장 songyeeyoon@nate.com >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PC 통신을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PC 통신은 일부 정보기술에 친숙한 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됐고,이들이 PC 통신상에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사회 참여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을 매개로 한 개인 홈페이지나 뉴스 사이트를 통해 파급되는 각종 정보의 파워는 막강하다. 최근 이러한 매체들을 통해 책임 없이 던져지는 말들이 특정인에게 주는 상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논객'들의 댓글을 관리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예견했던 것처럼 이제 인터넷은 여론광장이 됐고,이곳에서 회자되거나 이뤄지는 행동들이 광장 밖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결국 예견한 미래는 예상한 부작용들과 함께 우리 가운데로 들어왔다. 물론 이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발언권과 표현의 확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커다란 혜택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광장에서 지켜야 하는 새로운 규칙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또 겪게 되는 듯하다. 일부 근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상처받는 숱한 이의 사연이나 음란물이 넘쳐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사회의 변화로 발생하는 현상들이 많은 사람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회 규범의 확립과 법규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사회상의 변화에 비해 법률은 상대적으로 대응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을 모두 예측해 이에 필요한 법규를 만든다는 것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시민의식의 성숙에서 찾아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인권과 도덕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것,그리고 인터넷상의 행동과 실생활에서의 행동이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기술 발전과 보급이 빨라질수록 그에 걸맞은 도덕의식과 윤리교육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브로드밴드 등 하드웨어 보급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시민의식과 사회 인프라적 소프트웨어의 확충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진정한 디지털 강국은 기술의 발전만을 추구하는 외형적 성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기술의 올바른 활용이 전제되고 법규,시민 의식,사회 시스템 등의 총체적인 지원 체제가 제대로 갖춰졌을 때 진정한 디지털 강국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