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좀체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의 해외 소비와 투자는 급증,대조를 보이고 있다. 여행자들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해외 유학.연수비 명목의 지출도 꾸준히 늘어 올들어 4월 말까지 1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여파로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의 해외 투자도 계속 늘고 있다. 돈이 국내에서 돌지 않고 해외로만 빠져나가 내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카드 사용 최대기록 경신 해외 여행자들이 급증하면서 올 1분기(1∼3월) 중 신용카드로 외국에서 쓴 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1분기 중 신용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내국인과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등 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7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분기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작년 1분기 6억2000만달러에서 2분기 6억8000만달러,3분기 7억4000만달러,4분기 7억6000만달러로 계속 늘고 있다. 올 1분기 카드 해외 사용액은 이 기간 중 평균환율인 달러당 1022원50전을 적용하면 8077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카드 해외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가 235만명으로 작년 동기(205만명)보다 14.6% 증가한 데다 환율 하락 등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급증하는 유학.연수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4월까지 해외 유학.연수 경비로 1조원이 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월 중 해외 유학.연수 목적으로 유출된 외화는 10억1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8% 증가했다. 올들어 4월 말까지 유학.연수 경비를 이 기간 평균환율인 달러당 1019원을 적용하면 1조332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 한 해 전체로는 3조원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한편 가계의 국내 교육비 지출액은 4분기 연속 감소,해외 유학.연수비 규모가 국내 교육비 지출액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올 1분기 중 해외 유학.연수비 지출액은 7710억원으로 가계의 국내 교육비 지출액 4조4658억원의 17.3%에 달했다. 이처럼 가계 교육비 중 해외 유학.연수비 비중이 커지는 것은 고소득층이 사교육비 지출을 해외로 돌리고 있는 데다,저소득층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학원비 등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 해외투자도 봇물 개인들의 해외 투자도 기업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 투자 규모는 신고금액 기준으로 2억4570만9000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2억202만6000달러보다 21.6%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대기업 15.2%,중소기업 18.7%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해외 투자는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10억9876만2000달러에서 올들어선 12억6616만6000달러,중소기업 해외 투자는 8억9741만5000달러에서 10억6488만달러로 각각 늘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 금리 수준이 높지 않고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김동윤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