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만한' 탁구경기 장면이 TV로 생중계된다.


선수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스매싱을 하지만 공은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은 늙은 아버지에게 공이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노인은 이 경기가 남북통일이 이뤄진 후 남북한 단일팀이 중국을 상대로 싸우는 것으로 믿고 있다.


노인의 안경은 깨진 상태이고 그는 말기암 환자다.


조명남 감독의 코미디 '간 큰 가족'은 분단과 통일을 소재로 엮어내는 우화다.


영화는 분단을 토대로 거짓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웃음폭탄을 제공한다.


아버지를 상대로 펼치는 거짓말의 동기로는 우리네 일상에서 자주 부딪치는 효와 돈 문제가 얽혀 있다.


늙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한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용인돼 왔다.


통일 사기극도 빚더미에 깔려 있는 자식들이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노인이 북 쪽의 자식을 만나는 절정부에서 가짜 자식이 진짜 행세를 하는 상황은 극중 인물과 관객들에게 너그럽게 용서된다.


실향민의 아픔을 이보다 잘 형상화한 장면은 드물 것이다.


북의 누나가 성인이 된 남측 동생들을 위해 마련한 공책과 연필 선물도 감동적이다.


그녀의 마음에 있는 동생들은 언제까지나 어린이다.


가짜 평양교예단 공연,거짓 통일 관련 뉴스 속보,가짜 남북통일팀의 탁구경기 장면 등은 현실과 밀착된 에피소드들이다.


사기극과 함께 웃음의 양대 요소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진짜 방송이 나갈 위기에서 몸을 날려 전원을 차단하거나 아버지의 휠체어를 밀면서 이웃들로부터 도주하는 장면 등은 재미있다.


주인공들이 공중 그네에 매달린 서커스 장면은 스릴마저 넘친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장남 부부 역의 감우성과 이칸희,어머니 역의 김수미는 사실적 연기를 보여주지만 차남 역의 김수로와 아나운서 역의 신이의 연기는 다소 과장됐다.


채권자 역인 성지루와 아버지 역 신구 등은 양자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잡아준다.


6월9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