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입금 조작해주면 50억 줄께"..사기꾼 유혹에 넘어간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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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등 정부 주요 기관 직원을 사칭해 금융사 직원들로 하여금 거액을 입금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는 '무자원 입금 시도' 사례가 잇달아 적발됐다. 무자원 입금이란 실제 돈은 넣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입금된 것처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민은행 성수1가 지점에서는 10조원의 자금이 무자원으로 허위 입금됐으나 전산 상시감시시스템에 의해 곧바로 적발돼 자금 인출이 금지됐다. 이 지점 직원은 청와대 직원을 사칭한 사기꾼으로부터 10조원을 무자원 입금해 주는 대가로 5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전산을 조작했다가 적발돼 경찰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농협 잠실지점에선 54조원의 무자원 입금 요청사실이 있었으나 금융사 직원들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꾼 일당은 금융사 직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사례비 제공 혹은 예금유치 등을 약속하거나 직원들을 협박하는 방법으로 무자원 입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쑥한 용모에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이들 사기꾼 일당은 대외비로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자원 입금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금융사 직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전 금융사가 최근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무자원 입금사례를 실시간으로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