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추락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헌법의 잇단 부결로 유럽 경제 침체가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일(현지시간) 현재 유로당 1.2180달러로 올들어 10.4%나 급락했다. 지난 한 해 상승폭(8.4%)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EU의 정치적 통합 차질이 유럽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쳐 유로화 하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유로화 체제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유럽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추가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락하는 유로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12개 국가(유로존)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 가치는 1일 뉴욕시장에서 유로당 1.2180달러에 마감돼 전 날보다 0.024달러(1.0%) 급락했다. 유로화 가치가 1.21달러 선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21일 이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유로화는 EU 헌법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5월 이후에만 5.3%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달러 약세에 편승,유로화 자산 비중을 늘려왔던 아시아국가 중앙은행과 기업 등의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해의 유로 가치 상승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인 데 반해 유로존 경제는 침체일로를 거듭,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미국 경제 성장률이 3.6%에 달하는 반면 유로존 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한 발 더 나아가 2일 회의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6%에서 1.4%로 다시 낮췄다. 이로써 ECB는 6개월 동안 세 번이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실제 유럽 경제 지표는 지지부진하다. 유로존의 맏형 격인 독일의 5월 기업실사지수는 93.3을 기록,200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기업실사지수도 97(전 달 101)로 하락했다. 유로존 실업률도 9%에 육박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경직된 노동시장,사회보장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유럽의 경제시스템은 '낙제점'이라고 꼬집었다. 독일에서 발간되는 잡지인 '슈테른'은 지난주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악셀 총재가 회의를 갖고 유럽통화통맹(EMU)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하락 전망 지배적 전문가들은 유로화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9.11테러(유로당 0.9148달러)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유로화 가치가 구조적인 경제 부진이 심화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유로존 금리,미국의 무역적자 급증,해외투자자들의 유로 자산 투자 선호 등 유로화 강세 요인들에 변화가 생기면서 국제자금도 '달러 선호'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특히 유럽이 경기 부진 타개를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쓸 경우 유로화는 한 단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달러 대비 1 대 1로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