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350만달러(36억여원)를 날린 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사업은 결국 정치권만 믿고 무모하게 사업을 벌인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났다. 경제성 평가는 제쳐둔 채 대통령의 방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 됐다. 유전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는 2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감사원의 수사의뢰 이후 50일가량 진행한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광재 의원이 일정한 부분에서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지만 불법적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허문석씨가 체포될 때까지 내사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개입은 했다"=검찰은 이 의원이 작년 7월7일 부동산개발회사 하이앤드의 전대월 대표에게 허문석씨를 소개한 이후 같은해 8∼9월 허씨와 여러 차례에 걸쳐 유전사업에 관해 대화한 사실을 포착했다. 특히 이 의원은 작년 10월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전씨에게 사할린 유전사업의 진행상황을 물어보기도 했고,같은해 11월에는 허씨 및 왕영용 전 공사 본부장과 함께 자금조달 방안을 협의한 정황도 있다는 것. 전씨를 잘 모르거니와 추호의 개입도 없다고 강변해온 이 의원은 결국 '발을 깊게 담갔다'는 비난을 우려해 작은 거짓말을 반복한 셈이 됐다. ○곳곳에 청와대 그림자=검찰은 청와대의 직접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만 놓고 봐도 곳곳에 실무자들의 움직임이 적지않다. 실제 검찰은 왕영용씨가 작년 8월31일 청와대를 방문,김경식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대통령의 러시아 정상회담시 유전회사 한국 인수의 정부 간 조인식 거행예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열흘 뒤인 9월9일에는 전대월씨와 동향인 시민사회비서관실 최두영 행정관이 전씨로부터 철도청 유전사업의 진행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 행정관에게 문의하기도 했다. ○열쇠는 허씨에게=강도 높은 수사에도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다. 대부분 허씨로부터 실체를 파악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방러일정을 사업에 맞추려 했던 과정에서 허씨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는 검찰이 밝혀야 할 숙제다. 왕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에서 지난해 8월께 허씨로부터 이 의원실에서 확인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