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 총리는 2일 대통령의 측근 문제를 공개 거론하고 대통령 소관인 자문위 시스템 정비까지 들고나왔다. 두 가지 모두 대통령제 아래에서 총리로서는 언급하기 쉽지 않은 사항들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작심하고 한 말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는 시스템 붕괴를 거론하며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당의 기류와 일정 부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청와대측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자칫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 측근·사조직 문제 왜 거론했나=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 총리 말대로 측근이나 사조직의 발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예방차원이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기 3년차에 측근과 자식 비리로 곤욕을 치렀듯이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측근비리는 정권에 치명적이다. 곧바로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자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총리가 "권력 끝나기 전에 한 건 해야 한다고 초조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측근정치를 간접 겨냥함으로써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여권을 곤경에 몰아넣은 인사들이 다름아닌 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국정난맥상이 측근정치와 무관치 않다고 비판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노 대통령이 서남해안개발사업을 경제 담당 비서실에 맡기지 않고 단지 호남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 전수석에게 넘긴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시스템을 부정하고 측근·코드 중심의 국정운영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대통령 위원회 정비 천명=이 총리는 "행담도 문제는 동북아위원회가 소임 자체를 벗어난 권한의 오버였다"며 "각종 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기구가 자신의 역할과 본분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위원회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문제"라는 청와대측 시각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 간 인식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모든 부분들이 자기의 본령을 지킬 수 있도록 총리가 직접 정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