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최근 열린 제38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12년 만에 스위스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점이 적지않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공계 기피(忌避)현상에다 실업계 교육 부실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기능 경시와 기능인 외면 풍조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기능올림픽 하면 곧 한국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손끝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장인(匠人)으로서 성공한 메달리스트들의 스토리가 장안의 화제가 된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특히 용접,귀금속 공예,기계제도,컴퓨터 설계 등의 기능은 제조업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뛰어난 기능인력이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이루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 데 한국인의 손기술이 그 바탕이 됐다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설명을 굳이 인용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기능올림픽에 대해 예전과 같은 기대와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측면도 있다. 더구나 이공계와 3D업종 기피현상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의 부진은 이미 예고됐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메달리스트들을 태우고 카퍼레이드를 펼쳤던 20여년 전에 비해 우리 산업의 구조나 규모가 고도화되고 대형화되었음을 감안할 때 '기능'의 중요성이 퇴색된 점도 없지 않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에 기능 강국을 외쳐댄다고 통할 리도 만무하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기능을 경시하고 기능인을 외면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IT BT가 각광을 받고는 있지만 이들의 바탕에는 바로 그 기초가 되는 기능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숙련된 우수 기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견실해 질 수가 없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들도 기능올림픽에 많은 관심을 쏟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緣由)에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능올림픽에서의 부진한 성적표가 우리의 기능경시풍조를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