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뜬눈으로 살자.' 섬의 시인으로 불리는 이생진씨의 '무명도(우도)' 전문이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섬에서 세상만사 모두 잊고 살아보고 싶은 게 어디 시인뿐이랴. 고단한 현실에 지쳐 도망치고 싶을 때 우리 모두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어디에 있는 어떤 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뭍으로 상징되는 모든 어지러운 것들과 격리된 곳이기만 하다면. 그 곳에서 자신을 얽매어 온 일체의 것들을 버리고 외롭고 남루해도 자유롭고 겸손하게 살아갈 것을 소망하는 것이다. 섬은 이렇게 고독과 낭만 신비 탈출의 상징이다. 정작 섬에 가면 외로움과 자신의 실체를 몽땅 드러나게 하는 바다와 하늘에 지쳐 또다시 세상으로의 복귀를 꿈꾸고 그럼으로써 '섬'의 작가 장 그르니에의 얘기를 절감하지만. '여행은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되찾기 위해 하는 것'이라던. 뭍에 있으면 그렇게 무작정 가고 싶고, 가 보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오고 싶은 '그 섬'들이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여기 저기 놓이는 연륙교(連陸橋)와 각종 개발 계획으로 10년 뒤엔 100여개의 섬이 강화도나 영종도 같은 섬 아닌 섬으로 바뀌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전남 신지도는 오는 12월 완도와 이어지는 신지대교로 1분 만에(자동차 타고) 육지와 연결되고, 남해안 거금도도 내년이면 거금연륙교로 뭍이 된다고 한다. 다리가 놓여 배 아닌 차로 바다를 건너게 되면 섬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질지 모른다. 실제 섬과 육지 혹은 섬과 섬 사이 연륙교 설치와 각종 서남해안 개발계획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섬들에 외지인들의 투자 발길이 끊이지 않고 땅값도 다락같이 올랐다고 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행담도 개발안은 거창하고 번듯했던 모양이다. 해양수족관 요트장 호텔이 어우러진 테마관광지 조성계획은 언제 들어도 그럴싸하다. 그러나 지금 행담도엔 사라진 갯벌과 바지락 대신 흐트러진 공사판만 남았다고 한다. 그 섬에 과연 누가 가고 싶을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