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EEZ(배타적경제수역)를 침범한 한국 어선을 사이에 두고 한국 해경 경비정 6척과 일본 순시선 7척이 벌인 사상 초유의 동해상 대치상황이 대치 39시간만인 2일 오후 5시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한국 어선 신풍호를 서로 끌고가려고 좌우를 묶었던 10여개씩의 밧줄을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풀긴 했지만 한일 어업분쟁과 갈등은 쉽게 풀릴 것 같지않다. 이번 사태는 일본 EEZ를 침범한 신풍호를 둘러싼 한국 경비정과 일본 순시선의 한순간의 대치가 시간이 갈수록 양국간 명분 및 자존심 다툼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양국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뻔 했다. 사태는 1일 0시15분께 150t급 일본 순시선 2척이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 동방 27마일 해상에서 조업하던 통영선적 장어잡이 통발어선 `502 신풍호'(77t.선장 정모.38)가 일본 EEZ쪽으로 3마일 침범했다며 나포를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일본 순시선은 신풍호에 요원 4명을 승선시켜 강제정선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요원 1명이 실수로 바다에 빠지자 다른 1명이 이 요원을 구조해 순시선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2명이 신풍호에 승선해 갑판장 황모(39)씨의 머리를 곤봉과 헬멧으로 마구 때리고 조타실의 창문을 깼다. 이에 신풍호는 부산해경에 신고한 뒤 일본 기관요원 2명을 태운 채 한국해역으로 달아났다. 한국 해역으로 달아나던 신풍호는 1일 오전 1시55분께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남동방 16마일(28.8㎞) 해상에서 울산해경 소속 250t급 경비정 251함의 호위를 받고 멈춰섰다. 251함은 일본에 나포되는 것을 막기위해 신풍호 좌현에 배를 대고 밧줄을 던져 경비정에 계류했고, 뒤쫓아온 일 순시선도 신풍호 우현에 밧줄을 던져 순시정에 묶어 장시간의 해상 대치가 시작됐다. 곧 풀릴 것 같던 해상 대치가 길어지자 울산해경 김승수 서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 현장에 출동해 일본 해상보안청 경비구난과장 등과 선상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맞서 좀체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측은 "우리 어선이 일본 EEZ에서 불법조업을 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신풍호를 일본으로 데려갈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 측은 "신풍호가 일본의 정당한 검문에 불응하고 일본 기관요원 2명을 태워 2시간이나 달아난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맞섰다. 결국 일본은 한국 정부와의 외교 채널을 통해 몇가지 사항에 대해 우리측과 합의한 후 신풍호를 묶었던 밧줄을 풀고 대치한 지 39시간만에 일본 영해로 되돌아갔으며 우리 경비정과 신풍호는 울산 장생포항으로 향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장영은 기자 leeyoo@yna.co.kr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