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지식과 경험 없이 명분과 의욕만을 앞세워 일을 벌일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행담도개발 사업의 애초 명분은 외자(外資) 유치였다. 도로공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외자유치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 사업을 들고 나왔고 정부는 해외 로드쇼 때 이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해외 투자 설명회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이콘(Econ)사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정부는 앞뒤 재지 않고 '지원하겠다'며 환심을 샀다. 실적에 급급했던 도로공사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개발사업자를 대신해 매립허가를 받아주고 대출 담보를 제공키로 하는 등 비상식적인 계약서를 맺었다. 물론 당시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이 협약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이콘의 자회사이자 행담도개발㈜의 대주주인 EKI가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을 때 사실상 지급보증도 서줬다. 외국인 투자사업의 리스크를 엉뚱하게 도로공사가 떠안게 된 것이다. 명분에 대한 집착과 과욕은 '윗분'으로 옮아갔다. 정찬용 청와대 전 인사수석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서남해안 개발 사업(S프로젝트)을 구상해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 후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소개받은 정 전 수석은 어찌된 연유인지 김 사장 개인이 주도해온 행담도 개발과 정부 차원의 S프로젝트를 동일 사업으로 인식했다.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청와대 실세가 행담도 개발에 큰 관심을 가졌던 만큼 '결과적으로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도로공사에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자연스럽게 제기돼 왔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지금도 도로공사는 자금 조달 능력조차 의문시되는 이콘 EKI 행담도개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 이처럼 행담도개발 의혹은 의욕과 명분만 앞세운 무능하고 경험 없는 공기업 담당자들과 정부 실세들이 공동으로 빚어낸 참담한 결과물이다. 유전.행담도 게이트에 이어 윗분들이 제3,제4의 게이트를 만들어내지 않을지 걱정이다. 김수언 사회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