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3일 당이 기존에 내세워온 `개혁적 보수'라는 노선을 폐기하고 `열린 실용주의' 또는 `유연한 실용주의'라는 새로운 노선을 제기하고 여당에 대해 국민을 위한 선의의 정책경쟁을 제안할 방침이다. 박 대표 핵심 측근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가 내일 경북대생들을 대상으로 `한나라당이 나아갈 길'이란 제목의 특강을 하면서 앞으로 당이 추구할 노선으로 `열린 실용주의' 또는 `유연한 실용주의'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작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이후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의원연찬회에서 의원들간 격론 끝에 수구적이고 부패한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당의 노선으로 `개혁적 보수'를 천명한 바 있다. 이 측근은 "전세계적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틀을 넘어서고 있고 우리사회에서도 그런 구분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만큼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는 대신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냐 차원에서 실용주의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강에서 `실용주의'의 기준으로 국민이 편안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시하고 이것이 곧 진정한 개혁임을 강조한 뒤 구체적인 실용주의 사례로 한나라당이 최근 내세운 성범죄자 전자팔찌제 도입,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주도한 국적법 개정 등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와함께 향후 대북정책, 재벌정책 및 분배문제 등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역설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특히 최근의 행담도 의혹, 경제위기 장기화, 일관성없는 부동산 대책 등 현 정권의 국정운영 문제점에 대해선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능한 아마추어냐, 능력있는 프로냐의 문제"라고 지적, 여당에 대해 정쟁에서 벗어나 선의의 정책경쟁을 벌일 것을 제안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지난 2월 연찬회에서 결정한 `공동체 자유주의 노선'은 계속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다른 측근은 "국가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자유의 개념은 확대하되 경쟁에서 낙오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한나라당이 배려하고 관심을 갖겠다는게 공동체 자유주의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개혁'을 내세워온 열린우리당도 4.30 재.보선 패배 이후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한나라당도 새로운 당 노선으로 실용주의를 제시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정치권에선 실용주의 노선을 둘러싼 정책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북대 방문에는 유승민(劉承旼) 비서실장, 전여옥(田麗玉) 대변인, 송영선(宋永仙) 이혜훈(李惠薰) 진수희(陳壽姬) 의원 등이 동행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