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學而篇)에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을 확립하면 구체적인 방법은 자연스럽게 파생한다는 뜻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복잡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가르침일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본' '원칙' '정도'는 선언적인 수준의 구호로 그치곤 한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기업의 정도를 가면서 현실적 성취를 일구어낸 유한킴벌리는 한국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큰 시사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국현 사장 취임 이후 유한킴벌리의 괄목할 만한 혁신과 성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저 특이한 회사의 운 좋은 성공 이야기 정도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유한킴벌리식 경영을 한국 기업의 보편적 모델로 적용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유한킴벌리-세계가 배우는 한국기업의 희망'(한스미디어)은 문국현 사장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서울대학교 조동성 경영대학 교수의 전문가적인 분석이 결합돼 유한킴벌리를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문 사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기업 경영의 아이러니를 '세 가지 역설'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혁신과 보수' '사회성과 수익성' '효율성과 인력 유지'라는 상반된 명제의 극적인 융합이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보수적인 기본과 원칙을 지향함으로써 끊임없이 관행을 타파하는 경영혁신을 전개했다. 또 기업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강화한 이후 순이익은 5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18배나 늘었다. 4조2교대제,평생학습 시스템 등을 통해 인력을 유지함으로써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도 경험했다. 다른 기업들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기피하던 '정도'를 간 것은 유한킴벌리식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그것은 재벌기업,거대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만든 동력이었고 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영의 모델이 되었다. 문 사장은 킴벌리클라크의 북아시아 총괄 사장을 겸임하면서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 유한킴벌리 모델을 전파하고 있다. 그 성과는 시장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로 검증되고 있다.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경영모델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조동성 교수와 연구팀은 그 경영모델을 험난한 역사,'뉴웨이'라는 경영혁신 모델,기업문화,글로벌 경영,평생학습 시스템,고객만족 경영,윤리 경영,환경 경영 등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264쪽,1만2000원.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한국평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