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염은 50세이하 남성의 4분의 1 가량이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이 없어 의사들이 치료에 가장 애를 먹는다. 더욱이 환자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성관계로 인해 생긴 병이란 오해 때문에 떳떳하게 내세우지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때문에 대부분의 전립선염은 '질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증후군'으로서 취급되기도 하고 깔끔한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에 만족해야 할 경우가 잦다. ◆세균성은 10%에 불과=전립선염은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 남성이나 택시 운전사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다. 성기와 항문 사이의 회음부 근육이 오랫동안 긴장해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염이 있으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고환과 항문 사이,성기 끝 부분,아랫배,치골 등 하체의 다양한 부분에 통증이 생긴다. 생식기 주위가 따끔거리고 가려워 성욕이 감퇴한다. 특히 사정한 뒤 쾌감이 줄어들어 성관계를 오히려 불쾌하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 질환은 크게 세균성과 비세균성으로 나뉜다. 전립선염은 요도보다 깊숙한 곳에 놓여 있어 웬만해서는 세균이 침입하기 어렵지만 불결한 위생 상태가 이어지면 발생할 수 있다. 전체 환자의 5∼10%는 세균성으로 분류된다. 환자들은 성교를 통해 감염됐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성교 파트너로의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고 성욕 감퇴도 감염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이 골칫거리에 속한다. 전립선액 정액 소변 등에서 원인균이 검출되지 않지만 만성적인 골반 통증을 겪게 한다.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면역 과잉,성호르몬 분비 균형 깨짐,전립선관으로의 소변 역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물치료 기대 미흡=전립선염은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세균성과 염증성 비세균성 전립선염에는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전립선은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소변의 역류를 방지하는 전립선관의 개폐 장치가 고장나 있으면 반복적으로 전립선관으로 소변이 역류해 재감염되기 일쑤다. 항생제 외에는 △알파 교감신경 차단제를 이용해 전립선 조직을 이완시키거나 △아세클로페낙 등 소염제를 투여하거나 △소염 진통 진경 면역 활성 효과가 있다는 생약 복합제를 쓰거나 △전립선 비대증 약물을 실험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약물 치료 다음으로는 온수 좌욕이 권장된다. 전립선액을 배출하거나 골반 근육을 이완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또 직장이나 요도를 통해 전립선에 라디오파 초음파 극초단파 등 미세 전류를 쏘는 물리치료 방법은 골반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통을 줄일 수 있다. 전립선염 치료법으로 전립선 마사지가 일반화해 있으나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게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적잖아 주의가 요구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천준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