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에는 3900여종의 책들이 '리더십'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실제 내용이 리더십인 것들과 제3의 언어로 쓰인 목록까지 합치면 그 수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다.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도서 중 제목에 이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은 1900여종. 팔리든 안 팔리든 서점가에 꾸준히 얼굴을 내미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제는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더라도 리더십이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읽는 이의 가슴을 콕콕 찔러주는 '법칙' '원칙' '10계명'에 무릎을 치면서 지금의 자기 관리자를 대입시켜 보는 흥미도 학습자를 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마디로 '리더십 공급과잉 시대'다. 그러나 문제는 주로 최고경영자(CEO)나 리더가 된 후에 발생한다. 갑자기 인기에 민감해지며 직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는다고 판단이 들면 심각한 병세라 해도 무리가 없다. 상황에 따라 말을 쉽게 뒤집기도 하고 고집이 세졌다면 전문의의 치료까지 필요한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리더십 바이러스'(김우형·김영수·조태현 지음,고즈윈)는 '내가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었나' '언제부터 명예와 권력을 달콤하게 생각하게 됐나' 하며 고민하는 리더들을 위한 책이다. 50여개 브랜드의 마케팅 컨설팅을 지휘했던 저자의 현장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어떤 조직에서건 일단 정상의 위치에 오르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부담감으로 변하기 쉽다. 권한은 권력으로,비전은 개인의 야망으로 바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저자는 이런 변화 성향을 바이러스로 규정하고 '치료 기회와 예방 백신'을 제공한다. 변화를 인정함으로써 겸손이라는 항체를 형성하게 하고 자신의 소멸을 통해 조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는 처방전과 함께. 또 즉위하자마자 국가의 원칙을 깨버리고 다윗에 대한 질투로 여생을 보낸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후고구려를 세운 이후 처음과는 달리 의심과 불안 속에서 왕권을 유지한 궁예의 '병든 리더십'을 경계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당신 주위에 있는 진정한 헬퍼를 찾아라. 공동체를 위해서 자기를 불태우는 페이스 메이커,화려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포수와 구원투수,언제나 리더를 온전히 지켜주려는 연습 파트너,기회를 당신에게 넘겨 주는 테니스의 리시브 담당자가 어디엔가에 숨어 있다.' 218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