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TV와 냉장고 휴대폰 등을 생산하며 '가전의 메카'로 불려온 수원사업장이 'R&D(연구개발) 밸리'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은 생산시설을 해외와 수도권 밖으로 이전하는 대신 핵심사업 연구의 시너지를 위해 전국에 흩어진 연구센터를 수원사업장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416에 있는 수원사업장에 들어서자 27층 높이의 정보통신연구소와 한창 공사 중인 39층 규모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가 눈에 들어왔다. 오는 10월께는 18층 높이 3개 동 규모의 리더십마케팅센터까지 착공될 예정이다. 1969년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넘는 52만평 부지에 단층 슬레이트 건물 형태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조성된 지 30여년 만에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디지털 R&D 허브'로 거듭나고 있는 것.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빼곤 나머지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디지털가전 등의 R&D 부문이 수원으로 집중되면서 그동안 서울 분당 구미 등에 산재됐던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연구인력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TV의 경우 연구인력들이 지금까지 TV 생산공장과 연구소에 나눠져 있어 의사소통하는 데 번거로웠다"며 "이들 인력이 한 곳에서 연구활동을 하게 되면서 바로 옆 정보통신연구소와 시너지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전체 연구인력 2만7000명 중 3명당 1명꼴로 수원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수원사업장 정규직원 1만6000명(협력사 포함 총 2만3000여명)중 연구인력은 60%인 9000명.지난 98년 직원 2만3000명 중 80%인 1만8000명이 생산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력구성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들 생산직은 지난해 10월 냉장고와 에어컨 등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광주광역시로 옮기고 올해 브라운관 부문까지 슬로바키아로 이전하면서 수원을 떠났다. 현재 수원사업장 내 16개 사업부 중 생산 공장은 LCD TV를 만드는 VD사업부와 DVD를 생산하는 DVS사업부 등 두 곳뿐.그나마 DVD 생산공장도 일부는 이미 인도네시아로 옮겨갔고 일부 라인만 남아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