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로 접어드는 6월.화창한 날씨 속 주말마다 전국 유명 산을 찾는 등산객 인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등산이 별것인가? 그냥 걸어 올라가면 되지'라는 용감한(?) 생각에 청바지·운동화 차림으로 나설 요량이라면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장(68)에게 한 소리 단단히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여름에도 동사(凍死)할 수 있는 곳이 산입니다. 기본적으로 '위험'한 곳이지요. 평지와는 지형이 전혀 다른 데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까지 수시로 일어나니까요. 청바지 같은 면옷을 입고 오르다 갑자기 비라도 오면 저체온증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산은 단순히 놀러가는 대상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용대 교장은 "매주 등산 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섰다지만 산을 시나 읊고 관조하는 대상으로 봤던 동양적 전통 탓인지 아직까지 '유산(遊山)' 개념이 강해 크고 작은 조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등산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하는 스포츠입니다. 축구나 농구를 하다가 죽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등산하다 죽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까? 생존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 만큼 등산복이나 장비 모두 과학적 접근이 필수이지요." 굳이 전문 산악인이 아닌 초보 등산가라도 평지 수평 이동에 익숙한 근육을 수직 이동시 어떻게 움직이고 수분·음식 섭취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체력 소모도 최소화하면서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에 가는 등산객 엉덩이만 계속 쳐다보다 올 생각이 아니라면 등산 지도는 반드시 지참하라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코오롱등산학교는 1985년 6월5일 코오롱그룹이 올바른 등산 문화 보급을 위해 설립한 등산 전문 교육기관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졸업한 '등산학생'만도 8000여명에 달한다. 한국 여성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오은선씨 등이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 스포츠 클라이밍의 지존으로 꼽히는 이재용,고미영 선수,탤런트 이훈 등도 이 학교 졸업생이다. 법대 재학 시절 절에 틀어박혀 고시 공부를 하다 산의 매력에 푹 빠져 전문 산악인의 길을 걷게 된 이 교장은 등산학교 개교 때부터 대표 강사로 활약하다 지난 97년부터 교장직을 맡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