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보안망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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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킹 이용자의 컴퓨터를 해킹,거액의 예금을 빼낸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자체가 해킹당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비밀번호와 공인인증번호 등 기존 보안시스템이 뚫리고 최후의 안전망으로 여겨졌던 보안카드(개인 지급)마저 소용 없게 된 것으로 드러나 사이버 금융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경찰 수사 끝에 붙잡힌 범인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누구나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유사 범죄의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일 인터넷에서 구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타인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낸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이모씨(20)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빼낸 돈을 이체할 통장을 만들어준 후배 김모군(17)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5월 초 강원도 춘천시의 한 PC방에서 국내 유명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재테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놓은 뒤 이를 접속한 김모씨(42·여)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자동 설치했다.
이후 이씨 등은 피해자의 컴퓨터에서 인터넷뱅킹 정보를 빼낸 뒤 김씨의 통장에서 500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이 사용한 해킹 프로그램은 게시판 글에 접속하는 순간 컴퓨터에 자동 설치된 뒤 피해자가 두드리는 자판의 정보(문자나 숫자,기호)를 모니터링 하는 키-스트로크(key stroke) 방식으로,아마추어 수준의 해킹실력만 갖고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피해자가 치는 키보드 내용을 자기 화면으로 지켜보며 아이디,패스워드,공인인증서 비밀번호,보안카드번호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교를 중퇴한 이씨는 이 같은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빼돌려 오다 최근 인터넷뱅킹을 해킹하기로 마음 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해킹을 당한 은행 외에 다른 1개 은행도 똑같은 해킹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5일까지 해당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을 전면 교체토록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다음주 중 증권사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사고가 난 은행과 같은 방식의 인터넷 주식거래 프로그램에 대한 교체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