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농현상과 핵가족화,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농촌 마을이 많지만 충북 단양에서는 7남매를 둔 30대 산모가 또다시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119 구급차에서 여덟번째 아이를 출산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백자리에서 약초상을 운영하는 민철환(43)씨의 부인 장인향(37)씨는 지난 4일 오전 4시 25분께 갑자기 진통을 호소, 제천소방서 단양파출소 영춘파견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119 구급차량은 장씨를 태우고 곧바로 제천시내 당직 산부인과의원을 향해 출발했으나 20분쯤 뒤 장씨는 심한 진통을 호소했고 동승했던 남편 민씨가 "아기 머리가 보인다"며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당시 구급차를 운전하던 윤주식(41.응급구조사) 소방장은 영춘면 유암리 앞 길에 차를 세우고 응급 분만세트를 꺼내 출산 준비를 서둘렀으며 남편 민씨의 도움을 받아 오전 5시께 건강한 남아를 받아냈다. 윤 소방장으로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지원요청을 받은 제천소방서 중앙파출소 구급대가 때마침 현장에 도착했고 아기와 산모의 상태가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민씨의 의사에 따라 병원 대신 집으로 데려다 줬다. 특히 윤 소방장은 구급차량을 운전하면서 그동안 4차례나 출산을 도와준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며 이미 7남매(2남5녀)를 둔 민씨 부부는 이번에 여덟번째 자식이자 세번째 아들을 얻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다른 집은 애 울음소리가 끊어졌지만 민씨 집에선 애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부러움 반, 시기 반의 축하를 받았다. 단양파출소 이병광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이날 오후 민씨 집을 방문, 산모 장씨를 위로하고 축하 꽃다발과 미역, 기저귀 등을 선물하면서 건강하게 키울 것을 부탁했다. 민씨 부부는 "이른 새벽에 진통이 시작돼 경황이 없었으나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여덟번째 아이를 얻게 됐다"며 "어린아이가 귀한 농촌이니만큼 소방관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단양=연합뉴스) 민웅기 기자 wki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