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제정된 우수산업디자인(GD) 상품 선정제도는 그동안 우리나라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그 수준을 국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소비자들에게도 우수디자인이 단지 모양만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성능,재질,사용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중소기업들에는 GD마크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 전반적으로 향상된 디자인들을 보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상품별로 나눠진 19개 부문에 있어서 출품 수가 특정분야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전기,전자,통신기기,가구 포장 부문에는 각각 80점 이상이 출품됐으나 아동용구,문구,교육용품,관광상품 및 공예류,섬유류 부문에는 10점 미만이 출품됐다. 또 상품 디자인에 있어서도 PC,휴대폰 등 IT제품들의 디자인은 그 우수성이 가히 국제적인 수준임에 반해 관광상품,공예류,교육용품의 디자인은 아직도 소재와 색채,마감처리 등에서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이는 디자인산업 발전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아직도 중소기업은 디자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발명품상을 받은 상품들도 있었는데 기능은 매우 독창적이고 우수한데 비해 표면이나 그래픽 처리에 있어 미숙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디자인 개발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심사과정에서 새롭게 시도된 것은 심사장소에 가지고 오기 어려운 대형 운송기기나 산업기계류의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이 이틀간 다양한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실사를 진행한 점이다. 사진으로만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하고 현물은 이동하기가 어려워 소외됐던 대형제품들이 앞으로 현장심사를 통해 많이 출품되기를 기대한다.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