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인터넷을 통해 포커게임 수업 신청을 한 학생들과 매주 수요일 저녁 구내식당에서 2시간가량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화제다. 이공계생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경제의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포커 게임이 갖고 있는 다양한 법칙과 의미를 이해하고 체득화해야 한다는 게 수업을 실시하는 이유다.


러플린 총장은 게임 수업에 들어가기 전 룰을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규칙과 순서만 가르치고 곧바로 실전 게임에 들어간다고 한다. 베팅을 할 때 쓰는 돈은 칩 형태의 가상 화폐를 쓰고 있다. 또 학생들이 게임 진행 중에는 영어로만 대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는 게임이 끝난 뒤에는 발생했던 특정 상황에 대해 '상대방 의중을 어떻게 파악했는가' 하는 등 질문을 통한 복기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당시 상황 판단의 문제점을 스스로 되돌아 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러플린 총장이 포커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은 평소 지론으로 강조해 온 '학생들의 탈(脫) 이공계 사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부임 이후 이공계 과정을 이수하더라도 인문 사회 경영 등의 지식을 함께 갖추어야 과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왔으며 학부 과정에 법학과 의학 등의 과정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포커수업을 받은 한 학생은 "게임을 해 보며 우리 이공계생들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돌발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 등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