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면추상회화를 선보여 온 중견 여류작가 홍정희씨(60)가 9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오랫동안 지속해 온 '열정(Passion)' 시리즈와 지난해 처음 시도한 '나노(Nano)' 시리즈 등 50여점의 신작들을 내놓는다. 작가의 '열정' 시리즈는 빨강 파랑 노랑 등 강렬한 5~6개의 색채가 캔버스를 뒤덮어 입체감 있는 추상 공간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나노' 시리즈는 물리학에서 최소 단위를 의미하는 '나노'를 캔버스에 도입해 십자나 삼각형 같은 최소한의 형상들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홍씨는 분홍 하늘 연보라의 색채로 밑바탕을 칠한 후 물감에 톱밥을 섞어 네잎 클로버나 십자가 삼각형 등의 문양을 오브제를 이용해 덧칠한다. 이러한 이중 작업으로 인해 화면은 마티에르가 강하면서도 입체감 있게 다가온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경기대 교수)는 "춤을 추는 듯한 강렬한 형상과 색채가 최근 들어 부드러움과 여유를 갖는 자연주의적인 취향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미국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미시간대 미대에서 2년간 회화를 연구했다. 1997년 석주미술상을 수상했다. 26일까지.(02)734-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