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헌법 부결사태가 EU 보조금 지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지도자들이 EU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영국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4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EU헌법 부결과 관련,긴급 정상회담을 갖고 영국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유럽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와 관련,독.불 정상회담 후 벨라 안다 독일정부 대변인은 "슈뢰더 총리의 생각은 모든 회원국이 EU예산과 관련,종전 입장을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U예산(약 1000억유로)의 20%를 분담하고 있는 독일은 EU헌법 비준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영국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보다 경제상황이 좋아진 영국에 20여년 전에 의결된 거액의 보조금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의 지적이다. EU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1984년부터 영국에 매년 30억파운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오는 10일 파리에서 열리는 양국 정부 간 정례회의에서 영국에 대한 보조금 지급중단 등을 감안한 차기(2007~2013년) EU예산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EU 주요 회원국은 차기 예산을 EU 집행위가 제시한 1조260억유로에서 8700억유로로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U는 예산 일부를 회원국의 취약산업 발전이나 지역개발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국가들의 EU헌법 비준 절차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