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규모 개발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선(先)투기억제-후(後)개발'을 강조하며 각종 투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토지시장은 여전히 들썩이고 있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연기.공주 일대를 비롯해 전 국토의 15.6%인 47억평이 토지거래가 자유롭지 못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전국 41곳이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땅값 오름세나 투기행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지역으로까지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대형 개발프로젝트가 발표되면 해당 지역보다는 주변지역의 땅값이 걷잡을 수없이 오르는게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개발 지역의 땅은 대부분 수용되기 때문에 토지 보상가가 종전 땅값이나 공시지가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데 그치지만 주변지역은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급등하는 게 현실이다. 개발지 주변지역은 수용될 염려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개발압력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 개발지역에서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들의 대토(代土) 수요까지 크게 늘어 주변지역의 땅값을 부추기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오르는 주변지역 땅값 차익의 대부분이 현지 주민보다는 외지인들의 차지가 된다는 점이다. ○1만평 개발하면 주변 10만평이 들썩 정부가 실제 개발면적 2212만평인 행정도시(연기.공주지구)의 인근 6769만평을 '주변지역'으로 따로 묶어 개발.건축행위를 제한키로 한 것도 주변지역 땅값 급등이 우려돼서다. 정부도 1만평을 개발하면 주변지역 3만평의 땅값이 덩달아 뛴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로는 1만평을 개발할 때 주변지역 5만~10만평의 땅값이 들썩인다"고 말한다. 행정도시 예정지가 드러나면서 연접한 주변지역은 물론 논산 계룡 청원 등 반경 수십km에 걸친 지역의 땅값이 들썩인 게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충남 홍성군까지 대토 수요가 몰리면서 땅값이 크게 뛰었다. 올해 공시지가가 98.1%나 급상승한 경기도 연천군도 주변지역 개발기대 심리와 대토 수요로 인해 땅값이 급등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연천의 경우 경기 북부의 소외된 지역이었지만 인접한 파주에 LG필립스 LCD공장이 들어서면서 대토 수요와 후광효과 기대심리가 상승효과를 불러와 땅값이 크게 올랐다. 올해 공시지가가 68.49% 오른 경기 양주군도 파주 효과를 본 경우다. ○오른 땅값은 대부분 외지인 차지 문제는 이처럼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대부분이 '외지인'의 차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3월 전국의 토지거래 내역을 토대로 매입자 거주지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거래건수(27만8836필지) 가운데 현지인(해당 시.군.구 거주자)의 거래비중은 필지 기준으로 49.2%,면적 기준으로 37.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필지 52.9%,면적 39.1%)보다도 더욱 줄어든 비중이다. 절반 이상이 해당지역에 살지 않는 외지인들의 거래였던 셈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지 친인척 등을 앞세워 농지를 매입하는 식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비켜가는 편법행위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그렇다고 국세청 등이 토지거래자 모두의 자금출처를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개발프로젝트 후광효과로 얻어지는 개발지 주변지역의 땅값 차익 대부분이 외지 투기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변지역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오히려 퇴보 사정이 이런데도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62년 도입된 대표적 주변지역 개발이익 환수장치였던 '수익자 부담금 제도'도 1989년 폐지됐다. 이 제도는 공공사업의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땅값 상승분 중 일부를 환수해 개발사업비로 충당하는 장치였다. 이 제도는 그러나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중복부과를 이유로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수익자 부담금제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었던 토지초과이득세도 1998년 폐지됐다. 노는 땅이나 비업무용땅처럼 땅값 상승을 기대해 보유하고 있는 땅이 정상 지가상승률을 초과해 오를 경우 이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장치였지만 1993년 이후 과세실적이 없었고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비판 등으로 환란(換亂)직후인 1998년 용도폐기됐다. 개발부담금도 마찬가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수경기 및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 추진 과정에서 부과가 유예되거나 부과율이 인하되더니 2001년 말 제정된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전국 모든지역에서 부과가 중지된 상태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