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재공모 결정으로 공기업 기관장 공모제가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장관급인 노사정위원회 위원장마저 몇 달째 결정이 안되고 있어 현 정부 인사시스템에 균열이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공기업들은 수 개월째 최고경영자(CEO)가 없는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공(空)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사시스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행화된 재공모 최근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서 1차에서 선정하지 못하고 재공모절차를 밟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은 지난달 사장 추천위원회를 통해 3명씩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청와대가 내린 판정은 '적임자 없음,재공모'였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길게는 10개월씩이나 CEO가 공백인 상태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공모를 넘어 3차,4차 공모까지 진행되는 공기업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은 헤드헌터사를 통해 4차 공모가 진행 중이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3차 공모를 거쳐 현재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내정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와대는 "과거에 비해 검증 절차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며 3,4차 공모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공모제가 실현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EO자리가 수 개월째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는 경영공백 상태는 일반 기업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사정위원장도 혼선 인사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곳은 공기업 뿐이 아니다. 장관급인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수 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현 김금수 위원장 임기는 지난 3월 말로 끝났지만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노동계 인사들은 김 위원장의 연임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근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창복.조성준.장영철 전 의원과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후보로 올랐지만 결론을 못지었다. ○인재풀 효율적 활용 시급 이런 상황에 대해 재계 인사는 "많지 않은 사람 가운데 도덕성.개혁성.경영능력을 다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기업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예로 들었다. 정부 초기 진 장관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진 장관이 해야 할 일은 10년 후 먹거리를 찾는 것이므로 장관을 못 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덮고 넘어갔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 경우 한정된 인재풀 속에서 청와대의 구미에 맞는 인재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또 현 정부가 고위공무원단이나 공기업 CEO 후보군 명단을 보다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들을 국가의 자산으로 보고 경력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하다고 후보자의 성향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혀놓고 정작 필요할 때는 이미 흠집이 나있는 상태여서 쓸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차례 공모에 실패할 경우 인사권자가 직접 지명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사추천은 인사수석실,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하도록 돼 있는 시스템을 통합해야 효율적 인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