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의 직원 기살리기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의식을 갖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직접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01년 말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이 회사의 경영을 맡은 서영태 사장이 맨 처음 한 일은 '왜 회사 상황이 이렇게 안 좋아졌을까'를 파악하는 것.몇 개월간의 관찰 결과 서 사장은 회사가 망하는 기업의 특징을 골고루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연한 조직 관료화,직원들의 위기의식 부재,전략 부재가 초래하는 불신감,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 등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서 사장은 그 중에서도 경영진이 회사 상황을 숨기기에 바빠 직원들이 위기의식도 없고 사기도 저하돼 있었던 점을 가장 큰 문제로 파악했다. 그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국의 사업장을 돌며 경영설명회를 시작했다. 서 사장은 또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을 만나고 사내 게시판에 열린마당을 개설하는 한편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임직원과 경영진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바꿔나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바꿔 직원들의 참여 열기를 고조시킨 서 사장은 '액션러닝'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액션러닝은 매월 부서 간 정기모임을 갖고 구성원끼리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소속팀이나 회사의 문제를 찾아내는 제도.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수익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수많은 과제가 쏟아져 나왔다. 이 중 현재까지 1800여건의 과제를 해결했고,금액으로는 총 1700억원에 이르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CLT(Change Leadership Team)도 같은 맥락.다양한 부서와 직급의 직원들로 구성된 CLT는 한 달에 한 번 개최하는 회의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하고 경영진의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경영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CLT 조직은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주체로서 경영진의 생각을 전파하는 전파자로서,그리고 무엇보다도 현대오일뱅크의 변화 혁신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활약하고 있다. 조직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약 70건의 직원들 아이디어가 제안됐으며,이 가운데 약 30%인 20건 정도가 경영활동에 반영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