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 증시의 구조적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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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지표를 관찰하다 보면 상식과 어긋나는 수치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주가지수다. 중국 경제는 지난 수년간 8~10%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 왔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상하이증시 주가지수는 2001년 6월 최고치(2242포인트)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6일에는 장중 1000포인트가 깨지기도 했다. 주식 시장에 '붕괴' '패닉'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은 당연했다.
경제의 바로미터라는 주식 시장에서 '경제 따로, 주식시장 따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중국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그 해답을 얻게 된다.
상하이증시 전체 상장기업(948개)의 90%가 국유기업이다. 이들 국유기업은 주식의 30%만이 유통될 뿐 나머지 70%는 국가 또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국가 보유 주식을 시장에 팔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최근 폭락도 그 때문이다. 비유통주의 물량 부담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유기업은 중국 경제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활력은 사영기업 또는 외자기업에서 나온다. 국가 전체 수출의 50% 이상이 외자기업 몫이라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유기업은 국가의 독점 보호막에 힘입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 현상이 주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부실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유기업은 은행의 불합리한 자금 지원,분식회계 등을 통해 시장에서 버티고 있다. 부실이 곪아터져 표면화되면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준다. 중국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통하는 우징롄(吳敬璉)이 주식 시장을 '거대한 도박장'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사영기업은 경영이 아무리 탄탄해도 상장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외자기업은 아예 상장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성장가능성 없는 기업으로 구성된 증시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했고 투자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부동산 과열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상하이증시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