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순례씨(38)가 장편소설 '아주 특별한 저녁밥상'(민음사)을 출간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책은 생명력 없는 집을 매개로 이어진 세 사람의 삶을 차례로 보여준다.


먼저 아내와 남편.두 사람은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활기가 없는 부부다.


작가는 이들의 눅눅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 보인다.


그런데 왠지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그 누구와 닮은 듯 낯이 익다.


세 번째 주인공인 꼽추 처녀는 아내가 떠나고 남편만 남은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달고 나온 혹덩이를 짊어지고 자신만의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인물.아내가 키웠던 고양이 '총총'과 가까워질 무렵 총총이 새끼를 배는 사건이 생긴다.


아무것도 싹틔워 보지 못한 집에 마침내 생명이 들어선 것이다.


처녀는 총총이 품은 새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집을 떠난다.


올해의 작가상 심사위원회(김화영 공지영 김미현)는 "불모의 땅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숭배이자 미래의 희망에 대한 희구라는 주제를 형상화하는 태도가 단단하고 탄탄하다.


윤순례는 자극성이나 독성이 없는 천연 섬유를 짜듯 글을 쓴다.


오늘날처럼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생명만은 진짜여야 한다는 천진함과 고집스러움이 오히려 아방가르드적으로 느껴진다"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