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로드맵' 물건너 갔다 .. 연내 입법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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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지난 2003년 출범 이후 노사개혁을 위해 추진해온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의 연내 입법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뺀 노동계 재계 학계가 노사로드맵 내용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노사관계법·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고치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올 연말까지 노사로드맵에 포함돼 있는 34개 조항 모두를 일괄 입법화하기로 했다.
7일 노동부 및 노동계 재계 학계 등에 따르면 노.사.학계 모두 로드맵 내용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시간적 여유도 없어 연내 일괄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자들이 노사로드맵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향 설정이 잘못돼 있다는 것.학자들은 노동계가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을 벌이는 것은 법과 제도 탓이 아니라 의식과 관행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의식과 관행을 그대로 둔 채 노사 간 충돌이 불가피한 법과 제도만을 서둘러 만드는 것은 오히려 노사불안만 부채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사로드맵 내용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자들은 지난 90년대 중반 노사관계개혁위와 현재의 노사정위에서 논의됐던 것들을 긁어 모아 나열한 데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드맵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불법쟁의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범위제한 △쟁의행위 관련 벌칙조항 삭제 △안전보호시설 중지명령제 폐지 △조정대상 권리분쟁으로 확대 △조정전치주의 폐지 △필수공익사업 및 직권중재제도 폐지 등이 포함돼 있어 쟁의행위를 오히려 용이하게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대체근로 허용,불법 파업에 대한 직장폐쇄 허용 등 사용자의 대항권을 확대시켜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재계는 물론 노사로드맵 작성에 참여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학자들이 로드맵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에 따라 이미 노사정위원회가 오는 2007년 1월부터 시행키로 합의한 단위사업장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2개 조항에 대해 먼저 연내 입법을 하는 게 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34개 노사로드맵을 연내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급한 대로 단위사업장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방안을 우선 처리한 뒤 나머지 방안을 논의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최근 "여러가지 구도 때문에 노사정위에서 로드맵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 밖에서 노사 당사자, 학계 등이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해 앞으로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당초 지난 2003년 말까지 노사로드맵의 노사정 간 논의를 마무리해 정부에 넘기려 했으나 노사 양측의 반발이 거센 데다 총선 등 정치일정이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방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늦춰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