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7일 "지구상에서 최소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인간 복제 가능성은 난센스"라며 "비윤리적인 데다 안정성이나 기술성 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한 연구 성과가 작년에 이어 오는 17일 발간되는 사이언스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는 것이 확정됐다"면서 "우리 연구팀이 이뤄낸 것과 비슷한 연구 성과가 사이언스나 네이처,셀 등의 저명 과학저널에 표지를 두 번이나 장식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외신기자 30명 등 8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황 교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내가 실험을 총괄 지휘했지만 하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외국의 침탈과 동족상잔 등의 온갖 어려움을 겪었으니 이제 하늘에서도 세계에서 어깨를 쭉 펴고 살아보라는 천운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연구원들이 콜라 빨아먹던 기술을 이용해 피펫(빨대 모양의 실험도구)으로 2초 만에 핵을 제거했다"며 "이런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특허를 제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수준과 관련,"마라톤 코스에 비유하면 치료용 분화세포가 25km 지점,치료과정 표준화가 30km 지점,그 직후 재연성과 메커니즘 등이 뒤따라 결승선에 이를 것"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로 반환점은 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연구 수준은 2막 중 1막에 해당한다"면서 "내년 후반기께 2막이 시작되면 국민들이 중간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세계 어디에서도 앞서 나가는 기술에 대해서는 보안이 제1의 항목"이라며 "(연구내용의) 보안만 철저히 지켜준다면 시민단체나 종교계도 연구에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또 "올해 중 적절한 시기에 우리나라에 월드스템셀뱅크(국제줄기세포은행)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3년 실험실에 발생한 정전사고로 배아가 두 개만 남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참담한 적도 있었었다"며 "그러나 다음날 가봤더니 두 개 모두 죽지 않고 많이 자라 있어 안도했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은퇴 후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 상황에서 내가 (현 장관들에 비해) 연구 과정과 향후 전망 등을 판단하는 능력은 있겠지만 다른 능력에서는 그분들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내가 남을 곳은 실험실"이라고 일축했다. 과기부 장관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의를 받은 그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면서 "내가 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답변,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어 언론을 대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사안에 대해 대답을 사전에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면서 "이는 작위적이고 남의 얘기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이 분야 연구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잘 설파할 능력이 없다"며 "다만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상호 보완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황 교수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이 공동 저자로 논문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지적과 관련, "섀튼 교수의 경우 공동연구팀의 절반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으며 청와대 박기영 보좌관도 실험 과정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판단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