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과 지역 중소상인 간 갈등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한번씩 겪었던 홍역이다. 미국 유럽에선 1960,70년대에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다. 대형 할인점에 대한 규제 정도는 나라별로 차이가 난다. 사회민주주의 사상이 지배하는 유럽은 대형 점포에 대한 규제가 강한 편이다. 반면 자유경쟁을 강조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 영국은 자유로운 출점을 보장한다. 물론 같은 미국이라도 주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다. 북미주에만 3000개 매장을 가진 월마트도 미시간주에서는 최근에야 매장을 낼 수 있었다. 미시간주는 전통적으로 노동운동이 강한 곳이어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월마트와 타협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대형 할인점과 경쟁하면서 차별화로 성공한 재래시장이 적지 않다. 미국의 파머스마켓은 차별화를 이룬 대표적 농민시장이다.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파머스마켓은 우리나라의 5일장과 비슷한 개념의 시장이다. 도시 근교 일정지역에 장이 서고 농민들은 자신의 생산물을 트럭에 싣고 와 매장에서 판다. 농산물 쇼핑과 함께 훈훈한 인정을 맛보려는 반(反)도시 정서에 걸맞은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는 대형 유통점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 독일의 메트로나 프랑스의 까르푸가 일찍부터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던 것은 자국 내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야간 영업시간을 제한할 정도로 대형 소매점에 대한 정부 규제가 심하다"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선진국들은 그 나라의 사회환경에 따라 적절한 갈등 해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