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하루치 임금을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특별인부의 일당과 같이 본 법원의 판단은 가사노동 가치를 전향적으로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튀는 판결'로 유명한 이정렬 판사가 내린 결정인 데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판결이 아니라 2주일 내에 원고와 피고 간 합의를 요하는 화해권고 결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결정의 원고인 김씨가 일상적인 가정주부 업무외에도 정신지체장애 2급인 딸을 보호하는 일까지 한 점도 고려됐다는 '특수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주부의 노동을 일반 노동자와 달리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은 있었지만 대부분 보통인부의 노동 가치와 같다고 판단했다. 실제 대법원도 지난 91년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가해자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서 "가정주부나 도시에 거주하는 무직자의 노동은 보통인부가 얻을 수 있는 수입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확정 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주부를 요리와 육아 외에도 가정의 미래설계 등 경영업무까지 수행하는 직종으로 해석,주부의 일일 임금을 특별인부의 일용 노동임금인 6만5734원(2003년 9월 기준)으로 산정했다. 기존 판례에서 주부의 노동 가치와 동일시한 보통인부의 일당이 5만683원임을 감안할 때 가사노동 가치는 단숨에 30%가량 상승한 것이다. 원고측 대리인인 정학진 변호사는 "특별인부의 노동은 대부분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결정은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확정될 수 있도록 피고측과 협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