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병원들이 차세대 고수익 산업으로 불리는 임상시험센터 확충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바티스,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E,지멘스 등 다국적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의 국내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등은 각각 100억원대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임상시험 산업시장이 올해 750억원대 규모에서 2008년엔 1500억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00년 단 5건에 불과했던 국제 임상시험 건수는 지난해 62건으로 불어났으며 시험내용의 고급화 등으로 현재 건당 2000만원대에 머문 단가도 3년 내 5000만원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989년 임상시험에 첫발을 디딘 후 유일하게 독립된 임상시험 건물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앞으로 8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해 첨단 시험장비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중 한국노바티스가 의뢰한 8건 등 총 13건의 국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인진 서울대병원 약리학 교수는 "그동안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국제 수준의 기반을 확보했다"며 "임상시험은 환자 검사료와 입원료 등 상당 부분이 수익으로 잡혀 최대 70%가 남는 고수익 산업"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은 2007년 완공될 암센터 안에 700평 규모의 임상시험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70억원을 시설 확충비로 책정했으며 앞으로 5년간 매년 10억원씩을 관련 의료기술 개발에 투입키로 했다.


최근 정부로부터 아주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센터로 지정된 연세의료원도 105억원을 투자해 오는 10월 800평 규모의 독립 임상시험센터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10억원을 들여 임상시험센터를 600평 규모로 확대했으며 고려대의료원은 산·학·연 협력이 용이한 안산병원에 263억원을 유치해 적극적인 임상시험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방한한 마조리 스피어스 미국 임상시험실시기관인증협회(AAHRPP) 회장은 "한국이 인프라를 빠르게 갖춰 나간다면 고비용으로 해외에서 아웃소싱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 임상시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