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100m 내에 은행 점포가 13개'


금융 1번지라는 서울 명동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명동이 금융 1번지,여의도가 증권 1번지라면 '타워팰리스 존(zone)'은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 1번지로 통한다.


최근 한 달여 만에 3개 은행이 타워팰리스 존에 PB센터를 개설했다.


이를 포함,반경 100m 내에 밀집한 은행 점포 13곳이 요즘 은행전쟁 시대를 맞아 치열한 'PB영업 전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우리,제일은행이 타워팰리스(3차) 길 건너에 위치한 아카데미스위트 빌딩 1층에 PB센터를 개설했다.


이어 5월 말에는 같은 건물 2층에 산업은행이 VIP지점을 냈다.


이로써 타워팰리스 존에는 8개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등 10개 은행이 포진했다.


우리 신한 제일은행은 PB센터 외에 일반 지점도 두고 있어 점포 수는 모두 13개나 된다.


이 지역에는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하나,씨티은행(옛 한미은행) 지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타워팰리스 입주를 전후한 2002년 말~2003년 초에 국민 외환 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PB영업의 최대 격전지로 변했다.


타워팰리스 1~3차,대림아크로빌,삼성래미안,우성캐릭터,동부센트레빌 등 고급아파트가 들어서면서 VIP고객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지역 10개 점포의 작년 말 수신액은 1조4000억원.지점당 평균 수신액은 약 1400억원으로 일반 지점(500억~800억원)을 훨씬 웃돈다.


가장 먼저 입성한 하나은행 지점의 예금잔액은 3400억원,신한은행은 2300억원에 달한다.


최동현 산업은행 도곡지점장은 "증권사 투신사 등을 포함하면 타워팰리스 존에 위치한 금융회사의 수신고는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PB 영업의 최대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지점은 아직도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임대료,인테리어비 등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최근 3개 은행이 입점한 아카데미스위트의 임대료(전세)는 평당 5000만원을 넘는다.


HSBC는 은행 점포들이 몰려 있는 아카데미스위트 2층에 입점을 계획했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이준엽 하나은행 매봉지점 PB팀장은 "은행들이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점포를 내는 것은 타워팰리스 존의 상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존의 PB(프라이빗뱅커)들에 따르면 1개 은행에 예치된 고객들의 평균 현금자산은 약 11억원.고객들이 통상 2~3개 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들의 평균 현금자산은 20억~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고객을 유치하기는 녹록지 않다.


강희승 우리은행 PB팀장은 "고객들이 노출을 싫어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에게 최대한 친절히 상담해주고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는 정도가 최선의 영업활동"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이 팀장은 "평창동 한남동 동부이촌동에 비하면 이 곳은 신세대 부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자금의 회전율도 매우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들은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재테크 전반에 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곳 지점에 근무하는 PB는 은행의 최정예 직원들로 차출된다.


단 한 번의 실수라도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