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8일 상임중앙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염 위원의 사퇴가 측근정치 비판에 대한 반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권 내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염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음해와 악의적 공격으로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훼손하고 레임덕을 조기화하려는 불순한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각박한 정치환경에서 측근이라는 업보를 숙명처럼 가질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한 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길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염 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저에게 부여한 책무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도중에 사퇴하게 됨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의 사퇴는 안팎의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대통령과 당의 어려움을 덜고자 하는 순수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정치상황에 참으로 깊은 비애를 느꼈다"고 밝혀 노무현 대통령 측근과 참모조직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사퇴의 중요한 배경이 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출된 그가 사퇴 배경으로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을 겨냥한 '불순한 기도'를 거론한 것은 향후 여권 내 심각한 내홍을 예고한다. 측근정치를 제기한 당내 인사들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의지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염 위원이 지난 3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던 점에 비춰 이 총리를 거듭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발 더 나아가 당·정·청의 전면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돼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염 위원의 사퇴는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 지도부 내 개혁파와 실용파 간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됐다. 염 위원이 문희상 의장과 함께 실용파를 대표해 왔으나 염 위원 사퇴로 당 지도부는 장영달 유시민 이미경 위원 등 개혁파가 수적으로 실용파를 압도하면서 사실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이미 개혁파가 실용파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실용파와 개혁파 간 노선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출된 염 위원이 여권 내부 갈등을 이유로 물러나게 됨에 따라 지도부 동반사퇴 압력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최악의 경우 리더십 상실에 따른 '표류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기 당 복귀론이 다시 불거질 소지도 없지 않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