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공정위 탄생?’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8일 당정협의를 통해 소비자보호원을 재정경제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공정위의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손에 기업 규제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개의 칼이 동시에 쥐어질 경우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라는 근본 역할은 퇴색하는 대신 ‘경제검찰’로서의 기능만 과도하게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을 잘 아는 곳에서 소비자정책을 다루면 기업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비대해진 공정위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재경부는 과(課) 단위에서 소비자정책업무를 수행하지만 공정위는 국(局) 단위에서 소비자 관련 정책을 관할하는 만큼 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로 옮겨가는 게 적절하다"고 이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 제재를 받게 될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대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공정위가 소비자보호 정책까지 집행할 경우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시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재경부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를 시장 감시나 기업 규제에 이용할 경우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유재운 공정위 소비자기획과장은 "소비자보호 업무가 공정위로 이관되더라도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향보다는 소비자를 잘 보호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쪽으로 정책을 집행할 방침"이라며 "기업을 옥죌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기능개편이 관건 소비자보호원 이관 문제가 공정위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공정위의 기능을 어떤 식으로 개편할지로 옮겨졌다. 소비자보호 기능이 추가된 만큼 재벌 규제 등 공정위의 다른 쪽 힘은 예전보다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공정위 조직 중 소비자보호국의 업무는 강화하는 반면 독점국과 조사국 등의 기능은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도 이날 당정협의에서 앞으로 공정위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공감했다. 공정위의 명칭을 가칭 '경쟁소비자위원회'로 바꾸는 문제도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소비자보호원 이관은 공정위의 기능 개편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 이 같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학국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위의 명칭과 기능을 바꾸는 것은 아직 검토단계"라며 "오는 8,9월께는 돼야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