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1:32
수정2006.04.03 01:35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방식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주식계좌에서는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주식형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는 추세다.
개인들이 펀드 투자로 방향을 바꾸면서 수천억원짜리 초대형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형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주식 팔고 펀드 산다
개인들은 지난 5월 한 달간 주식계좌에서 1조4679억원의 자금을 빼내갔다.지난 4월에도 2464억원이 개인들의 주식계좌에서 유출되는 등 지난 2월 이후 총 1조7771억원이 순유출됐다.
매매 방향도 '팔자'가 압도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개인들은 종합주가지수가 500선 초반이던 2003년 3월17일 이후 최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16조7000억원,코스닥시장에서 1조11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에는 거래소시장에서 공식집계 이후 가장 긴 24일간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1월 2470억원이 유입된 데 이어 매달 8000억~9000억원이 새로 수혈되다 지난달에는 이 금액이 1조2440억원으로 껑충뛰었다. 단순계산하면 개인들의 증권계좌에선 올 들어 월 평균 2962억원이 빠져나간데 반해 주식형펀드에는 이보다 3배나 많은 월평균 8328억원의 신규자금이 들어왔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 개인들의 매매비중도 지난 2월 61.3%에서 지난달 54.7%로 급감했다. 반면 기관투자가의 매매비중은 이 기간 14.8%에서 15.1%로 상승했다. 김범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과거 주식에 직접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던 개인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는 데다 최근 적립식펀드 붐이 일면서 투자문화가 바뀌고 있는 결과"라며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업그레이드 시동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개인들이 1조830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서도 6.4%나 올랐다.주식형펀드를 앞세운 기관이 1조32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친 결과다. 작년 4월 외국인이 16일 동안 2조2900억원어치의 매물공세를 폈을 때 기관이 두손을 놓으면서 종합주가지수가 22% 급락했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돈이 간접투자쪽으로 몰리면서 기관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적립식투자를 통해 자금이 매달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립식펀드 계좌는 올 들어 매달 30만개 이상씩 늘어나고 있으며 이 중 70% 정도는 주식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결과 1000억원 이상 대형 주식형펀드는 작년말 17개에서 지금은 28개로 늘어났으며 이 중 4000억원이 넘는 펀드도 '미래에셋인디펜던스 주식형1호'와 '랜드마크 1억만들기 주식1호' 등 4개나 된다.
우리투자증권 미아지점 박복선 차장은 "신규 고객의 대부분은 적립식 투자를 문의하고 있다"며 "과거 직접투자로 손해를 봤던 고객들이 위험부담도 작고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일일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적립식 주식형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최근 적립식펀드를 앞세운 주식형펀드의 인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 투자위험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불완전 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펀드평가의 이동수 펀드평가팀 대리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보면 십중팔구 펀드 전용판매 창구조차 없다"며 "영업직원들이 투자위험도 알리지 않고 판매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단타매매를 하듯 펀드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펀드 투자도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투자보다는 노후대비에 초점을 두고 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