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구소 할 만합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연구소들이 신바람 났다.


각 주 정부가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면서 치열한 유치 경쟁에 나서 VIP 대접을 받고 있어서다.


도로나 부지 문제로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연구소를 세우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국내 사정과는 딴판이다.


LG화학의 미국 연구소(LG CPI)는 최근 콜로라도주에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이사했다.


이 연구소가 이사한 것은 미시간주가 다양한 유치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10년간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한 것은 물론 연구개발을 위해 장비를 도입할 때도 부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적어도 450만달러에 이른다.


LG화학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디트로이트 기술센터도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로 옮겨 가려다 그대로 눌러앉았다.


미시간주가 워낙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2년간 세금 2200만달러를 깎아준다는 것.앨라배마로 옮겨 공장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데 구태여 이사 갈 까닭이 없는 것이다.


◆20명 연구소에 대규모 지원


LG CPI는 연구 인력이 20명에 불과한 소형 연구소다.


미시간주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이 연구소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은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연구소를 유치해 지역 경제의 변신을 꾀해 보자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미시간주는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에도 약 1000만달러의 세제 혜택을 미끼로 내세워 연구소를 유치했다.


이런 주 정부의 원칙에 있어 연구소의 규모는 큰 변수가 아니다.


첨단 연구소라면 OK다.


LG CPI는 2002년과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경주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대회에 자사 리튬폴리머 전지를 장착한 자동차를 내세워 2년 연속 대회 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한 연구소.인력은 적지만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기술력에서는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가 차세대 자동차의 고성능 전기 개발을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USABC)으로부터 460만달러 규모의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주 정부의 컨셉트와 맞아떨어지는 연구소인 셈이다.


◆인센티브에 투자로 화답


현대자동차 연구소도 연구원이 41명에 불과한 연구소다.


이 연구소가 앨라배마주로 이사 간다는 소식이 들리자 미시간주는 주지사를 비롯한 주정부 관계자들을 총동원해 이전을 '저지'하는 한편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하는 등 전력을 기울였다.


이 곳 역시 환경오염 방지 기술과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를 담당하는 첨단 연구소였다.


현대차도 미시간주의 노력에 화답했다.


올해 1억1700만달러를 들여 슈페리어타운 지역에 기술센터를 신축하고 있는 것.부지는 주정부로 부터 파격적인 할인을 받았다. 기업은 세제 등 혜택을 받고 주정부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윈윈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LG CPI도 3년 내 연구 인력을 1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어차피 투자는 수반된다.


미국은 현재 미주리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등 15개 주정부가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 기업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