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노릇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답은 물론 '계산할 수 없음'이다.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 같은 가사 노동이야 어떻게 따져볼 수 있다 쳐도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 시댁과 친정의 온갖 대소사 챙기기, 빤한 수입 쪼개 살림하고 불리기 등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을 무슨 수로 셈할 것인가. 실제 중3 고3인 아이들을 위해 자정 넘어서까지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종갓집 맏며느리로 1년에 10번 이상 제사를 지내고, 입원 중인 시어머니 수발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밥을 해나르고, 반찬값을 아끼려 지하철을 타고 전문 재래시장을 찾는 주부의 정성과 수고를 단순히 돈으로 바꿀 도리는 없다. 그러나 현실의 계산법은 상당히 다르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재난시 전업주부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건설 현장 인부의 일당에 준하거나 그나마 30일치가 아닌 22일치로 추산하기도 한다는 마당이다. 가장 최근 국내에서 제시된 전업주부의 한 달 노동가치는 86만∼132만원. 비교적 높게 평가된 연구결과에서도 월 150만원을 넘지 않는다. 전업주부의 일당을 보통인부의 5만580원이 아닌 특별인부의 6만5734원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주목을 끄는 건 이런 까닭이다. 주부의 경우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보통인부가 아닌 특별한 조건에서 일하는 특별인부로 봐야 하는데다 사고를 당한 원고가 정신지체장애 2급인 딸을 보살핀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봐야 한 달에 200만원 남짓한 셈인데 주부가 아파 몸져 누운 동안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겪은 불편과 마음 고생값이 겨우 그것밖에 안될까. 그런데도 이 판결이 관심을 모으는 건 무한대에 가까운 주부의 일이 공짜로 이뤄지고 따라서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안 일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해도 해도 도무지 티가 안나는 일인지. 뿐이랴. 주부가 하루라도 말 없이 사라져 보라. 집안이 어지러워지는 건 고사하고 얼마나 썰렁해지는지. 주부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한 달이면 200만원'을 화제에 올릴 게 아니라 있을 때 잘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