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장항의 한솔제지 인쇄용지 공장. 지축을 흔들 듯 굉음을 내며 인쇄용지를 쏟아내는 이들 인쇄용지 설비의 길이는 320m. 여의도 63빌딩(264m)을 옆으로 뉘워놓은 것보다 더 길다. 이 설비에 들어가는 모터는 488개. 이 중에 한 개라도 고장나면 질 좋은 인쇄용지가 나올 수 없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작은 모터의 고장이 자칫하면 빌딩만한 설비를 세울 수 도 있다"며 "그럴 경우 고장난 모터를 찾기 위해 설비가동을 중단시킨 채 많은 사람이 이를 고치기 위해 투입된다"고 말했다. 책이나 캘린더 카탈로그 제작 등에 쓰이는 인쇄용지는 고른 표면과 색상 경량화 등이 경쟁력의 요체. 이 같은 품질은 안정적인 설비운용에서 나온다. 이같이 회사 전체적으로 설비를 관리하는 것을 전사적 생산설비보전(TPM)이라고 한다. TPM은 한마디로 설비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기업경쟁력도 향상시키자는 혁신운동이다. 이 운동은 경영실적향상으로 이어진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지난해 3조2674억원의 매출에 6454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그 전해에 비해 매출은 40.6%,경상이익은 252.9%나 늘었다. 지난 54년 회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철강제품 600만t을 생산하고 매출액 3조원을 돌파한 것.이런 성과는 고장제로 등 TPM 활동을 펴온 결과다. 회사측은 설비불량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부품관리와 설비관리를 해왔다. 철강업체 특성상 만약 부품고장으로 설비가동이 중단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설비가 잘 가동되게 하려면 직원간의 유대강화도 중요하다고 판단,노사화합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무분규 현장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런 TPM 활동을 국내 기업에 확산하기 위한 '제14회 한ㆍ일 TPM생산혁신대회'가 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막됐다. 한국표준협회(회장 이계형)와 대한설비관리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자원부와 한국경제신문 일본플랜트메인티넌스협회(JIPM) 일본MIC생산성연구소가 공동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한ㆍ일 TPM 생산혁신 관계자와 기업 대표,TPM 담당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일까지 열린다. 표준협회는 2003년까지 '한ㆍ일 TPM 대회'로 열어왔던 행사를 지난해부터 도요타생산방식(TPS),과학적 문제해결 기법,제약이론 등 공장혁신 분야를 포함시켜 '한ㆍ일 TPM 생산혁신대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날 동국제강 포항공장 등 TPM 우수기업 및 유공자 29명(기업)이 상을 받았다. 첫날 행사에서는 한ㆍ일 양국의 TPM 전문가와 기업 담당자들이 참여해 TPM 및 생산혁신 활동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세션행사를 가졌다. 또 일본 우에노 히데유키 JIPM 전무가 'TPM에 관한 일본 제조업의 두 가지 조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은 결국 TPM 활동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10일에는 세션별 토론회와 우수사례 발표회 등이 이어진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 [ 용어풀이 ] TPM =Total Productive Maintenance의 약자다.‘전사적 생산설비보전’을 말한다.설비보전 업무가 보전부서만의 고유업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사적으로 설비보전 업무에 참가,설비의 고장 및 불량과 재해율을 떨어뜨려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자는 기업혁신운동이다.1969년 일본 도요타의 자회사인 닛폰덴소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일본 플랜트메인티넌스협회가 체계화시켰다.이후 미국 등 해외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1987년 소개됐다.한국표준협회가 TPM기법을 전수해 국내 기업들을 교육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