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 나온다?


길안내를 맡은 모나가 싱긋 웃으며 던진 한마디에 주변이 조용해진다.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모나의 다음 얘기를 재촉한다.


대명천지에 요정이 출현한다니 궁금해 견딜 수 없을 터.


모나는 "요정은 노래를 잘하니 절대 홀리지 말라"는 말을 시작으로 요정에 관한 이런저런 설명을 풀어 놓는다.


사실 창밖은 요정이 살고 있을 것만같은 풍경이다.


양 옆은 하얀 눈을 머리에 인 근육질의 푸른 산줄기가 내리닫고,깊이를 알 수 없는 가파른 계곡이 그 한가운데를 파고 든다.


천지창조 이전 북유럽 신화의 무대가 지금 이대로이지 않았을까.


오른편을 불꽃이 이글대는 남쪽인 '무스펠'이라 보면 왼편은 차디찬 얼음으로 가득한 황량한 북쪽인 '니플헤임', 그리고 이 깊고 좁은 계곡은 두 지역을 나누는 거대한 틈 '긴눙가가프'쯤이다.


이 긴눙가가프에서 무스펠의 따스한 숨결과 니플헤임의 차가운 서리가 만나면서부터 외눈박이 오딘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의 신과 세상의 역사가 씌여졌으니 요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법이 아닌가.


오슬로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여 만에 닿은 뮈르달.


해발 866m의 뮈르달역같은 승강장에서 잽싸게 갈아탄 플롬산악열차 3호 객차 안은 그렇게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1시간 길 열차의 목적지는 해발 2m 지점에 납작 엎드린 플롬.


주민이래야 450명뿐인 작은 마을인 플롬은 노르웨이 피요르드의 대표격인 송네피요르드 관광의 거점이다.


플롬산악열차는 서 있는 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곧바로 터널의 깊은 어둠을 헤치더니 왼편으로 계곡의 절경을 펼쳐보인다.


열차는 계곡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듯 아슬아슬하다.


8자 운행으로 네댓개의 터널을 크게 휘돌아 달린 열차가 잠시 정차한다.


해발 699m.


드디어 모나가 말했던 요정이 등장하는 쿄스포젠 폭포 앞이다.


사람들은 서둘러 나무로 된 전망대에 내린다.


50m쯤 앞, 레이눙가 호수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위용에 모두들 몸을 움츠린다.


물줄기의 기세가 온세상을 집어삼킬 듯 거세다.


어! 갑자기 폭포 오른쪽 폐허가 된 발전소 건물이 있는 시커먼 바위 위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난다.


검붉은 색 치마를 입은 여자,두말할 것 없는 모나의 그 요정이다.


치마폭을 살짝 들어올린 요정은 천천히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다시 올라온다.


힘차게 내리꽂혀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와 요정.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게 에로틱할 수 없다.


소꼬리가 달린 어여쁜 나무요정 '훌드라'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퍼포먼스라고 한다.


자유로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의 모습도 떠오른다.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려는 것이지요.


무용과 여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한답니다."


열차는 다시 움직인다.


쿄스폭포를 지나 이 노선 20개의 터널 중 최장인 날리터널(1342m)에 들어서기 전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진다.


5개의 층을 이뤄 가파른 계곡을 내려오는 철로 그리고 뮈르달산을 향해 21번이나 지그재그를 그리며 기어오르는 '랄라르베겐' 도로가 그것.


거친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가 어느 정도였던지 또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날리터널을 지나면 산간전원마을 카르달이 내려다 보인다.


산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느다란 폭포를 배경으로 한 마을풍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차창은 꼭 여러 개의 액자를 걸어놓은 것같다.


베르트얌을 지나 호가에서 계곡수를 마지막으로 건너고,20번째 터널을 들어서기 전 또다른 폭포를 마주한다.


노르웨이 산악폭포의 전형인 료안데포젠 폭포다.


노르웨이에서는 층을 이루지 않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중 제일 높은 축에 낀다고 한다.


과연 14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해발 48m 지점인 호레이나를 지나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계곡의 모습도 달라져 평화로운 노르웨이 산간마을 풍경이 이어진다.


그렇게 1시간가량의 플롬산악열차 여행길의 끝은 해발 2m 지점의 플롬.


송네피요르드 크루즈가 출발하는 곳 중 하나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서부 해안가에 발달되어 있는 피요르드는 빙하에 의해 형성된 해안협곡이다.


빙하시대 이 지역 해안지대를 가득 메웠던 얼음덩어리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으면서 깊은 골짜기를 남겼고,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차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송네피요르드는 노르웨이에서 제일 깊고(1309m),가장 긴(204㎞) 피요르드로 이름 높다.


플롬에서 출발하는 피요르드 사파리는 송네피요르드의 지류인 아우랜드피요르드와 내료이피요르드를 따른 다음 구드방겐에서 버스를 타고 베르겐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양 옆의 거대한 산과 산간마을,그리고 산정의 눈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하는 피요르드 사파리도 재미 있다.


곳곳에 자리한 마을 풍경이 그림같다.


이곳 사람들이 염소를 키우기 위해 경사가 덜한 산자락에 조성한 넓지 않은 초지도 볼 수 있다.


높은 절벽 위에 집(별장)을 짓고 사는 사람도 있다.


어느 길을 따라 올라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벽이 가파르다.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절경 또한 기본.


운데르달 마을에서 맛 보는 염소치즈는 입안을 즐겁게 한다.


노란색인 여느 치즈와 달리 갈색을 띤 염소치즈는 맛 또한 달콤하다.


아우랜드피요르드 중간쯤에 있는 아우랜드에서 뢰르달로 넘어가는 스노로드 답사도 즐길만하다.


양 옆에 높게 쌓인 설벽도로도 볼 수 있다.


길 높은 곳에서 보는 피요르드의 모습은 마치 창 열린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것처럼 속이 다 후련하다.


플롬(노르웨이)=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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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노르웨이의 정식국명은 노르웨이왕국이다.


왕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입헌군주제하의 내각책임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탐험가 아문젠,노벨 평화상(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고 시상한다)을 받은 난센,'인형의 집'의 작가 입센,입센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표제음악 '페리귄트'의 그리그,'병든아이' '절규' '별이 있는 밤' '백야' 등의 작품을 남긴 뭉크,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 등이 대표적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서북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수도는 오슬로.


국토 면적은 남한의 4배 정도다.


인구는 460만명.


한국보다 8시간 늦다.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서머타임제를 적용.


통화단위는 노르웨이 크로네.


1크로네에 157원 안팎이다.


한국에서 노르웨이(오슬로)행 직항편이 없다.


핀에어가 2007년 직항노선 취항을 추진중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DFDS크루즈를 타고 오슬로로 들어간다.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으로 간 다음 기차를 타고 뮈르달∼플롬을 향한다.


오슬로∼뮈르달∼플롬 열차노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베이징에서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스톡홀름(스웨덴)∼베르겐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헬싱키에서 오슬로까지 실야라인 크루즈를 이용할 수 있다.


피요르드 크루즈의 거점인 플롬에는 프레다임 호텔이 유명하다.


호텔에서 이 지역 특산인 흑염소스테이크도 맛 볼 수 있다.


크루즈 선착장 쪽에 슈퍼마켓,인터넷카페,캠핑장 등 배낭여행자를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플롬산악철도를 이용하면 박물관 입장이 무료다.


스칸디나비아관광청(02)777-5943 www.visitscandinavia.or.kr 핀에어(02)724-7182 www.finnair.co.kr 이노베이션 노르웨이 www.invanor.no 비지트 플롬 www.visitfl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