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생수(bottled water) 시장을 공략하라.' 이탈리아는 '거리에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뿌리 깊은 관습 때문에 휴대용 생수시장이 관심을 끌지 못해왔지만,최근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유럽 최대의 물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수백년간 이탈리아인들은 '걸어다니며 물 마시는 일'을 철저히 금기시 해왔다. 움직이면서 물을 마시면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는 어머니들의 오랜 믿음 때문이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가두판매대에서 휴대용 생수를 팔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인들은 목이 마르면 반드시 레스토랑에 들어가 '앉아서' 물을 마시는 것이 관례다. 시장조사 기관인 캐나디안은 "이탈리아인은 1인당 연평균 189ℓ의 생수를 소비해 물을 가장 많이 마시는 국민에 속한다"며 "그러나 오랜 관습 때문인지 휴대용 생수 소비량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이탈리아의 이 같은 관습에 도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부터 축구장이나 해변가에서 자사의 휴대용 생수 '아쿠아 파나'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이탈리아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버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발한 마케팅활동도 펼치고 있다. 로마 밀라노 등에서 열리는 주요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물을 마시며 걷도록 하거나,이탈리아 어머니들을 회사로 초청해 걸으면서 물을 마시는 일이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시현해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판매정책에 힘입어 네슬레는 약 30억달러로 추정되는 이탈리아 생수시장에서 지난 2003년 25.8%였던 점유율을 2004년에는 29.0%로 높였다. WSJ는 "네슬레의 도전정신은 소비자들의 관습을 깨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