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8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특히 김영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문학박사)은 하루를 분 단위로 나눠 써야 할 만큼 바쁘다.


그가 맡고 있는 미술 분야 유물의 전시 공간이 박물관 전체 전시 면적의 2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큰 데다 새 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보다 정확한 학술적 고증과 관람 편의성을 높인 전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김 부장은 특히 어려운 한자식 문화재 이름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청자과형병'은 '참외 모양 병'으로,'영상회상탱'은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로,'청동포류수금문정병'은 '물가풍경무늬 정병'으로,'빗접(梳函·소함)'은 '화장 도구를 보관하는 함' 등으로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기로 했다.


'몽유도원도''세한도'처럼 원작자가 제목을 붙인 작품이나 이미 교과서 등을 통해 익숙해진 작품명 등은 원형을 살리되 '꿈속에 여행한 복사꽃 마을(몽유도원도)'처럼 한글 설명을 곁들일 예정이다.


"한글식 문화재 표기는 전문가 위주의 권위주의적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개혁입니다.


우리 문화재가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일들을 확산해야 합니다." 김 부장은 문화재 이름을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일 못지않게 선조의 뜻이 담긴 문화재 용어들을 잘 보전하고 다듬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박물관장을 지내다 1년 전 새 중앙박물관 개관 작업에 합류한 김 부장은 1970년대 대학에서 고고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할 때부터 우리 문화재 용어가 너무 생소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지난 30여년간 박물관 일을 하면서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연구하고 있는 도자기 유물은 일본식 명칭이 대부분이어서 전공자인 자신도 이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써 오던 문화재 용어를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박물관 안팎의 전문가들이 몇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학자들이 선호하는 용어와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이름의 틈새가 너무 커 회의 때마다 논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년여간 밤늦게까지 자료를 모아 고증에 매달리는 한편 학자들의 다양한 주장을 정리했다.


지하 수장고와 2,3층 전시 공간,회의실 등을 오가면서 유물의 선정·배치부터 도배지,유물 받침대 하나까지 챙기며 전시 준비를 지휘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유물의 미묘한 특징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할 때 가장 안타깝다"는 그는 "예를 들어 청자실과 백자실은 조명과 벽지 색이 각각 달라야 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의 현재 전시 작업 공정률은 70% 정도.오랫동안 진행한 개관 준비작업으로 지쳐 있는 직원들이 걱정된다는 그는 "그래도 일 얘기만 나오면 힘이 솟는다"며 "루브르박물관이나 메트로폴리탄뮤지엄보다 더 나은 전시관을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