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은행업 진출허용 여부를 두고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한 논의가 '재벌(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허용'으로 해석될 기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발빼기에 급급해졌고,보험업계는 졸지에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됐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보험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보험사가 은행업을 겸업하는 이른바 '어슈어뱅크'를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지난 3월부터 업계와 함께 작업반을 운영해 오면서 보험사의 업무 영역을 넓혀줘야 한다는 요구를 수렴한 결과였다. 은행이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만큼 나름의 설득력 있는 요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런데 정작 어슈어뱅크 도입론이 확산되자 금감원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금감원은 9일 '어슈어뱅크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보험업계가 은행 소유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시해 작업반에서 논의한 바 있지만 금감원 차원에서 이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발을 뺐다. 권역별로 균형 잡힌 금융산업 발전을 꾀하기 위해 작업반에서 마련한 보험 발전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금감원이 '우린 모르는 일'이라며 이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슈어뱅크가 재벌 계열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이라는 민감하고 골치아픈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어슈어뱅크가 허용되면 삼성생명 등 재벌 계열 보험사가 은행업에 진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반대해 온 사회단체 등이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한마디로 금감원은 잡음이 일 것 같은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기 싫다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드러내듯,금감원은 이날 "어슈어뱅킹은 재경부가 최종 결정할 사항으로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많아 금감원에서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고려할 게 없는 사안만 검토하겠다는 말인가. 현장에서 업계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힘써야 할 금감원이 '결정은 재경부'만 반복하며 스스로 격을 낮추는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보험산업 발전방안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익원 경제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