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소비자보호원의 관할권을 재정경제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과정에서 좀 더 논의가 있겠지만 지난 10년간 끌어왔던 논란이 어느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양상이다.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소비자 보호기능을 감안하면 정부가 소비자 정책의 집행을 강화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과연 소비자보호원을 공정위에서 관할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강력한 수단이 되는지는 좀 더 신중히 판단한 뒤 결정할 문제다. 우선 공정위의 기능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기업들의 독과점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가 소비자정책에 대한 전권까지 갖게 되면 강력한 규제권한의 추가로 기업규제에 관한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결국 기업활동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보호정책의 수립과 집행, 소비자보호원의 관할권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는 물론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그 과정 중 공정위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은 경쟁촉진 기능을 통한 시장경제기능의 활성화다. 그것이 곧 경제효율을 제고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첩경(捷徑)이기 때문이다.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명분으로 존속하고 있는 대기업규제정책은 더 이상 존치의 필요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은 경쟁을 저해하는 독과점 금지와 내부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의 시정 등이 주축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라든가, 기업지배구조 등 기업고유의 경영전략까지도 간섭하려 드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은 소비자보호업무를 강화하면서 공정위의 명칭을 '경쟁소비자위원회'로 바꾸는 문제도 검토했다고 한다. 차라리 그렇게 되면 소보원 관할의 당위성은 명백해 진다. 그러나 경쟁촉진과 시장경제 창달을 위한 감시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성격과 명칭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소비자보호원을 어디에서 관장하든 차제에 공정거래법과 소비자보호법을 확실하게 바꿔 공정거래위원회가 본래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확실한 기능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