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수하동(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동국제강그룹 본사.동국제강이 1974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은 옛 청계초등학교의 3층짜리 교사(校舍)로 1997년 리모델링했을 뿐 30년째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1954년 설립 이후 철강사업 외에는 한차례도 한눈을 팔지 않았던 동국제강의 보수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동국제강그룹이 유일전자를 인수,전혀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됐다.


철강만으로는 그룹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과감한 사업 다각화에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다각화로 승부한다


동국제강그룹의 주력 사업은 철강이다.


지난해 동국제강 유니온스틸 유니온코팅 등 철강 부문에서만 4조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제통운 동국통운 국제종합기계 등의 물류 부문과 기계 사업을 병행했으나 어디까지나 철강사업의 보완이었을 뿐이다.


동국제강은 하지만 철강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철강 경기는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잇단 대형화·통합화로 전세계 철강업계의 파도는 거세다.


특히 중국이 철강 설비를 대거 증설하는 등 언제 또다시 공급 과잉을 겪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철강 사업부문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브라질에 후판 소재용 슬래브공장을 짓기로 하고 충남 당진의 유휴 부지 10만평에 추가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철강 부문도 더 키우겠다는 전략에서다.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이 표면처리강판 전문업체로 중국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유일전자를 인수한 것은 기존 철강 물류 기계에 IT(정보기술) 사업을 보태 그룹의 안정성 높은 성장을 꾀해 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추가 M&A 나선다


동국제강그룹은 유일전자 인수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IT 기업을 추가로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2010년까지 IT 사업부문에서만 2조원의 매출을 달성키로 한 까닭이다.


동국제강은 우선 유일전자를 정보통신 전문가 집단에 맡겨 독립 경영을 지속시킴으로써 디스플레이 분야 및 정보통신기기용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유일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등에 휴대폰용 키패드를 납품하고 있어 승산이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유일전자가 여느 벤처기업과 달리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 기존 철강 물류 기계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IT 부문으로 신규 진출한 것은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철강사업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IT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경영하고 덩치를 키워 나갈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그룹은 내년 기존 터에 새 사옥을 올리고 레저 등의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고 장상태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호랑이는 비록 새끼라고 해도 하룻강아지처럼 짖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면서 으르렁거릴 뿐이다"고 했다.


창업 반세기를 넘긴 동국제강의 3세 경영인 장세주 회장이 이제 변화와 성장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동국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