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스포츠 이벤트. 국내 대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에 따라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내수 기업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소비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본격적인 판촉활동에 나섰다.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선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시장과 연계한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 월드컵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드컵 본선 6회 진출로 한층 높아진 '축구 강국'의 위상을 기업 브랜드에 접목시킨다는 복안이다. 세계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는 월드컵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을 세우고 '월드컵 마케팅 마스터 플랜'을 본격 가동한다고 9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우선 1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와 15일부터 29일까지 독일에서 개최되는 '컨페더레이션컵(대륙간컵) 대회'를 공식 후원한다. 대회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에 광고판을 세우고 차량을 전시하는 등 해외 소비자들의 뇌리에 현대차의 글로벌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체로는 유일한 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는 특히 내년 독일 월드컵에 900여대의 공식차량을 지원,경기장 주변을 현대차로 뒤덮는다는 구상이다. 또 월드컵과 회사 로고가 새겨진 4m의 대형 공 30개로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돌며 응원메시지를 적어넣도록 하는 '승리기원 초대형 축구공 투어'와 '현대차배 세계 미니축구 선수권대회' 등 볼만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라며 "독일월드컵이 9조원의 홍보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인 1조9814억원의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지역 축구연맹과 각국 대표팀에 대한 후원 등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 경기가 열릴 때마다 대형 광고판과 전광판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조만간 월드컵을 겨냥한 대대적인 판촉행사도 벌일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1000억원을 들여 영국 명문 축구클럽인 첼시구단과 공식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최근 들어 부쩍 축구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측은 이로 인한 광고효과가 연간 6200만달러,5년간 3억10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독일 대표팀 외에도 그리스 헝가리 러시아 이라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 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영국 리버풀과 프랑스 리옹 등 각국의 7개 유명 프로팀의 후원사도 맡았다. 여러 국가의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에 LG 브랜드를 알린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유럽의 축구팀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번 독일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드컵 특수 잡아라 금융회사와 유통업체들은 '월드컵 특수' 기대로 들떠있다. 다양한 할인 행사를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나은행은 '오!! 필승코리아 적금'을 팔고 있다. 이 상품의 금리는 3년만기 기준으로 연 3.5%. 가입하면 '붉은 악마' 회원에 가입되는 것은 물론 판매금액의 0.1%(연평잔 기준)에 해당하는 금액이 독일월드컵에 지원된다. LG카드는 'Again 2002 이벤트'를 통해 예선 3~5차전의 경기별 득실점을 맞힌 100명을 골라 오는 8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선 6차전 경기 입장권을 1인당 2장씩 주기로 했다. 유통업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0~12일 수도권 7개 점포에서 '간다 2006 독일로!' 행사를 열고 10명을 추첨해 독일 월드컵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여행권을 제공한다. 전국 11개 점포에서 스포츠 용품을 10~30%가량 깎아줄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2일까지 독일산 와인 전 품목을 20% 싸게 판다. 할인점인 홈플러스는 오는 16일부터 14일간 축구화를 정가보다 10~20% 할인해줄 계획이다. 롯데닷컴 인터파크 등 인터넷 쇼핑몰도 각종 이벤트를 통한 할인 행사에 나선다. ○IT강국 위상 높인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훈풍'은 정보기술(IT) 업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관련업계가 대표적인 수혜대상이다.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독일의 바이에른주가 정보통신부가 추진해온 지상파DMB 기술을 도입해 개막식과 경기를 실험방송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상파DMB는 한국이 유럽의 디지털라디오 기술인 DAB(유레카-147)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추가해 만든 이동멀티미디어방송 기술. 정통부는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브라질 중국 등에서 지상파DMB 시연회를 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위성DMB 관련 제품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