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부동산 시장)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못 내리고 이 약 저 약 처방하는 돌팔이 의사(정부)가 오히려 환자 가족(중개업소)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가락시영 W공인 관계자)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자발적인 임시휴업에 돌입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지 3일째인 10일 송파구 가락시영 1,2차 아파트 일대 중개업소들은 '임시 휴업'이란 안내문을 내건 채 대부분 문을 걸어 놓고 있었다. 군데군데 불을 켜놓은 중개업소들도 눈에 띄었지만 매매 중도금과 전세 잔금 처리 등 제한적인 영업과 전화 상담만 이뤄지고 있었다. 가락시영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잔금 치르러 오는 손님들만 뒷문으로 받고 있을 뿐 대부분 업소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시휴업에 동참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휴업이 정부에 대한 집단적 '정면 대항'으로 비쳐지는 걸 경계하면서도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불만을 쏟아냈다. S공인 관계자는 "국세청과 구청의 단속조치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도 이곳 17평형 아파트 가격이 1억원 가까이 뛰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중개업소들을 투기 공모자로 몰아세우는 건 무슨 경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겉으로 내건 휴업 이유야 집값 안정이란 거창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중개업소를 죄인 취급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며 "재건축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책상머리 정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을 부채질하고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 주민들도 중개업소의 휴업 결의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가락시영 19평형에 사는 이승기씨(가명.47)는 "매번 헛발질하는 정부가 문제지 중개업소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집값이 안정되고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면 우리도 손해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영석 가락창신공인 대표는 "정부가 이번 휴업사태를 단순히 중개업소들의 일회성 불만 표출 행위로 간주해선 안될 것"이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장의 숨소리를 듣는 전문가들이 느끼는 시장 위기감이 이 정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