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차기 예산안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영국에 대한 분담금 환급 문제를 둘러싸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9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이날 EU 순회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와 회담한 이후 영국이 지난 84년 이후 EU에 낸 분담금에서 연간 평균 46억유로를 돌려받고 있는 혜택을 양보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블레어 총리는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은 지난 10년간 프랑스보다 2.5배 많은 분담금을 냈으며 환급이 없었다면 분담금 규모가 프랑스의 10배에 해당한다"며 분담금을 되돌려 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EU 예산 지출이 회원국의 농업분야 지원에 너무 집중돼 있다"며 농업국가인 프랑스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갈등은 EU 헌법 비준절차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영국이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독일 정부도 영국의 환급 혜택 포기를 주장하고 있어 독일.프랑스 대 영국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EU 차기(2007~2013년) 예산안을 확정짓기 위해 오는 16~1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정상회의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EU 의회는 지난 8일 8830억유로(약 1084조원) 규모로 7년간의 예산안을 가결했으나,영국의 분담금 환급 문제 등 쟁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